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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신경림 시 모음 목계장터, 농무, 길, 갈대,동해바다-후포에서, 낙타

by 아ZN2 2024. 3. 10.

목차

    신경림 시 모음

    신경림 시인의 시는 한국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한국의 자연과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신경림 시인은 1935년 4월 6일 충청북도 충주시에서 태어났고,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56년 등단하였으며, 낮달, 갈대, 석상 등의 시를 발표하고 데뷔 후 10여 년을 시를 쓰지 않다가 1965년 서울 상경 이후 시를 씁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영어 강사 일을 했습니다. 1973년 만해 문학상 수상, 1981년 한국문학작가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동국대 석좌교수로 부임했으며,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목계 장터등은 초 중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신경림의 시는 대체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며, 고독, 가난, 사랑 등의 주제를 섬세하게 다룹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경림의 대표적인 시를 통해 그의 문학 세계를 탐구해 보겠습니다.

    가난한 사랑노래

    *가난한 사랑노래 *
    부제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노래는 가난 속에서도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시는 가난이 인간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라는 구절은 가난 속에서도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잘 드러냅니다.

    시의 화자는 가난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으며,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합니다. 이 시는 가난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의 힘을 강조합니다. 이는 신경림 시인의 시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목계장터

    목계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돼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돼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목계장터는 신경림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시입니다. 이 시에서는 하늘, 땅, 산, 강 등의 자연 요소들이 인간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하늘은 화자에게 구름이 되라고 하고, 땅은 바람이 되라고 합니다. 이러한 자연의 명령은 화자에게 자유로움과 동시에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이 시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떠돌이의 삶입니다. 목계 나루에서 방물장수를 하며 떠돌이로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은 한국 전통 사회의 유랑민의 삶을 연상케 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겪는 불안정한 삶과 연결되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과 불안을 상기시킵니다.

    농무

    농무
    농무 : 풍물놀이에 맞춰 추는 춤, 농악무라고도 한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농무는 농촌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시입니다. 농악무(農樂舞)에 맞춰 추는 춤을 주제로 하여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묘사합니다. 시는 농촌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농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담아냅니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는 구절은 농민들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농촌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불평등이 주제로 다루어집니다.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는 농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농민들은 서로 연대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며, 농민들이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 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 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은 인생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길이 사람들을 이끌어갑니다. 이 시에서는 길이 인간의 삶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말합니다. 길은 사람들을 다양한 경험으로 이끌며, 이를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합니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길이 인간을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로 돌아보게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길은 사람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신경림 시인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작가임을 보여줍니다.

    갈대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의 울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자신의 울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겪는 고통과 슬픔을 상징합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구절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독과 슬픔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또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자신의 감정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신경림 시인의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을 보여줍니다.

    동해바다-후포에서

    동해바다-후포에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동해바다-후포에서는 자연의 광대함과 인간의 작은 모습을 대조하며, 인간의 겸손함을 강조하는 시입니다. 시인은 동해 바다를 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는 구절은 자연 앞에서 인간의 겸손함을 잘 나타냅니다.

    이 시는 또한 인간이 세상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라는 구절은 인간이 자연을 본받아 더 큰 마음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낙타

    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앙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는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되어서.

    낙타는 인생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로, 세상사에 대한 무관심과 초월을 나타냅니다. 시인은 낙타를 타고 저승길을 가며, 세상의 슬픔과 아픔을 잊고자 합니다.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이라는 구절은 인간이 삶의 고통을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을 잘 드러냅니다.

    이 시는 또한 인간이 세상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낙타를 타고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을 데리고 돌아오는 모습은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존재임을 시사합니다.

    결론

    신경림 시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며, 고독, 가난, 사랑 등의 주제를 섬세하게 다룹니다. 그의 시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과 불안을 상기시키며,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신경림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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